"후반 라운드를 하는데 코스 반대편에서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천둥이 치는 줄 알았죠. 그런데 그 소리는 타이거 우즈가 초반 7홀에서 6개의 버디를 잡으면서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것을 보고 이스트 레이크에 운집한 골프 팬들이 환호하는 소리였던 거에요". 23일 페덱스컵 1위 보너스 상금 1000만달러가 걸린 ‘쩐의 전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 3라운드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파70·7385야드). 제이슨 데이(31·호주)는 라운드를 끝내고 이런 얘기를 했다.

그가 들은 ‘천둥’ 소리는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의 완벽한 귀환을 알리는 ‘축포’였다.

필드를 ‘빨간 셔츠의 공포’로 물들이던 호랑이의 포효가 다시 쩌렁쩌렁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즈가 기나긴 허리 부상과 슬럼프를 딛고 감격스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3년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이후 무려 5년 1개월 만이다.

우즈는 24일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1타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269타로 2위 빌리 호셜(미국)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즈는 우승 상금 162만달러(약 18억원)를 챙겼고 PGA 투어 통산 80번째 우승고지도 점령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우즈의 정상탈환은 사실 예정돼 있었다.

이번 대회전까지 1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7차례나 들 정도로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발스파챔피언십 공동 2위, 지난 8월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면서 지난해 11월 1199위까지 떨어졌던 세계랭킹을 30위안으로 끌어 올려 우승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무엇보다 1라운드부터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 의미가 더 깊다.

우즈는 지난해 4월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고 11월말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복귀전을 치렀는데 이날 우승으로 전성기때를 방불케하는 완벽한 몸을 만들었음을 입증했다.

우즈는 이날 한때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트레이드 마크 ‘빨간 셔츠’를 입고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다.

그는 1, 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를 달렸고 3라운드에서는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3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우즈는 1번홀(파4)부터 3m 버디를 떨구며 기세를 잡았다.

이번 대회는 난도가 워낙 높게 코스가 세팅된 탓인지 경쟁자들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3타 차 2위이던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는 4, 5번 홀 연속 보기, 7번 홀(파4) 더블 보기, 8번 홀(파4) 보기로 전반에만 4타를 잃고 우승경쟁에서 탈락했다.

우즈를 추격하던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38·잉글랜드)도 전반홀에서 1타를 잃고 후반에도 16번홀까지 보기 3개를 범하면서 우승과 멀어졌다.

우즈는 경기 뒤 "지난 2년여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주위 모든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며 "마지막 18번 홀에 오면서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계속 ‘이봐, 아직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날 수 있잖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어 "올해 초만 해도 우승은 무리한 요구였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스윙을 찾고 모습을 갖춰가면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마지막 파 퍼트를 앞두고 갑자기 내가 우승하리라는 걸 깨달았고 눈물이 살짝 고였다.많은 일을 겪은 후 다시 해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우즈가 우승했지만 보너스 상금 1000만달러(약 112억원)가 걸린 페덱스컵 랭킹 1위는 로즈가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페덱스컵 1위를 달리던 브라이슨 디섐보(25·미국)가 19위로 밀려난 상황이라 로즈도 공동 5위 밖으로 밀려나면 우즈가 페덱스컵 마저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로즈는 마지막18번 홀(파5)에서 극적인 버디로 공동 4위에 올라 잭팟을 터뜨렸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사진=AFP·A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