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농업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귀농(歸農)·귀촌(歸村)에 관심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귀농의 사전적 정의는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그 일을 그만두고 농사를 위해 농촌으로 돌아감’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귀촌도 ‘농촌에 내려와 농업 외에 작업을 주업으로 하는 생활’이라 볼 수 있다.

지난 6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2017년 귀농·귀촌인 및 가구원은 51만6817명으로 집계됐다.

귀촌 인구는 96.2%(49만7187명), 귀농 인구는 3.8%(1만9630명)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13년 이후 귀농·귀촌 인구가 처음으로 한 해 50만명을 넘어섰다.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예비 귀농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종합정보와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제17회 귀농·귀촌 체험학습 박람회 2018’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람회 둘째 날인 17일 현장에서 만난 강원도 횡성군 귀농·귀촌지원센터 관계자는 "어제(16일)와 오늘(17일) 약 20명이 귀농·귀촌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40~50대가 대부분이며, 직업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경남 함양군에서 온 관계자도 10명 내외가 관련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귀농·귀촌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닌 셈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틀간 100여명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2016년 경기도 지역 귀농인구는 국내 전체 귀농인구(1만3019명)의 약 10%에 해당하는 1298명, 귀촌인구는 전체(32만2508명)의 약 27%에 달하는 8만5441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횡성군의 귀농·귀촌 전입 가구는 총 1164가구다.

2015년과 2016년에는 684가구와 787가구가 전입했으며, 지난해는 10월말을 기준으로 812가구가 귀농·귀촌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 도시에서의 접근성이 증가하면서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664명이었던 함양군의 귀농·귀촌 인구수는 이듬해 716명으로 늘더니 957명(2015년), 1146명(2016년), 1277명(2017년) 등 지속해서 증가했다.

농사로 수익을 내고, 일과 여가의 균형을 누리며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순간을 꿈꾸는 등 농촌에서의 삶을 생각하는 이들은 일종의 환상을 품고 있다.

서울에서 요리 연구업을 하다 함양으로 귀농한 임채홍(38)씨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벼농사로만 살아갈 수 없으며, 아이디어를 활용한 가공업이나 수익을 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임씨는 말했다.

어엿한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는 벼농사와 요리 기술을 결합해 발효식초 등을 생산하는 업체를 운영 중이다.

다행히 지금은 수익을 내며 살아가지만 "도시에서 망해 시골로 왔다"는 등 이웃의 수군거림 때문에 임씨는 귀농 초기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누군가 벼농사로만 농촌에서 살겠다고 한다면 따라다니며 말리고 싶은 게 임씨와 그의 동료 생각이다.

관계자들은 귀농도 농촌에서의 ‘창업’이므로 시장 분석, 업계의 움직임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각 지역의 귀농·귀촌지원센터가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 이수가 중요한 이유다.

횡성군은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회당 80여명을 뽑아 농업현장 소개와 현장탐방 등을 포함해 안정된 귀농·귀촌을 돕는 종합학교를 운영한다.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횡성군 외의 도시지역이어야 하고 2년 이내에 횡성군 전입이 예정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지난해 경남 지역 최초로 농업 창업을 원하는 도시민에게 체류공간을 허용해 9개월간 영농교육 과정을 수료하게 한 뒤,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돕는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운영에 들어간 함양군은 앞으로 교육 참가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도 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신규농업인 주말반, 영농실습반 등 여러 과정을 편성해 귀농·귀촌 교육을 진행 중이다.

물론 교육만으로 성공적인 귀농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귀농인과 주민들의 갈등 해결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여서다.

도시에서 온 이를 외지인으로 생각해 공동체 구성원에서 제외하려는 일부 주민, 자기가 이웃보다 낫다는 소위 ‘척’하며 살아가는 귀농인의 갈등 때문에 벌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접해왔다.

관계자들은 갈등이 없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다만, 누구의 잘못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레 선을 긋는다.

서로 이해하고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 뭉치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현장에서 만난 50대 남성 A씨는 "다가오는 퇴직으로 조금 불안한 마음도 있고 은퇴 이후의 삶도 생각하고 싶어서 귀농상담을 받았다"며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지만, 무조건 환상만 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