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국회가 논란의 중심이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를 폐지하기로 밝혀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엔 잡음도 있었고 현재도 완전 폐지는 아니라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또, 지난 3월 미투 폭로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판결도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해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그럼 먼저 국회 특활비 폐지 이야기부터 해보죠. ◆특활비 '존치'에서 '폐지'로…민주당의 '뒤끝'?-지난주까지만 해도 국회 특활비를 폐지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폐지로 결정한 이유가 뭐죠?-네, 사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특활비 폐지는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지난주 여당,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만나서 '특활비를 폐지하지는 말고 투명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자'고 합의를 했었거든요. 원래 특활비는 영수증 제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즉 어디에 써도 국민이 알 수 없는 그런 돈이어서 논란이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돈은 남겨놓되 좀 깨끗하게 쓸 수 있도록 하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국민들 시각으로는 '특활비가 국회의원들한테 왜 필요하냐'는 거죠. 정치인들은 원래 월급 외에도 후원금을 받아 정치자금을 쓰기도 하고, 또 주요 직책의 경우 특활비가 아니어도 운영비 등이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민주당과 한국당을 비판하면서 특활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금까지 국회가 자신들 특권을 위해 초당적으로 하나로 똘똘 뭉쳤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쨌든 그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도 특활비 폐지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이었습니다.

-근데 특활비 폐지와 관련해서 민주당 분위기가 조금 딱딱했다면서요? -일단 지난 13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주례회동을 하면서 특활비 폐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는데요. 당시 회동 모두 발언에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과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이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아직도 우리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고 일하지 않는 국회라고 인식하는 데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 발언은 어찌 보면 '특활비엔 문제가 없는데 국민들의 인식이 그러니 없앤다'고 읽힐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홍 원내대표가 원래 차분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날 가뜩이나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와 표정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득권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의 일면을 걷어낼 수 있게 돼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이렇게 국회가 선도적으로 특활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짐으로써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특활비 폐지를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반전은 이날 이들의 발언만 놓고 봤을 땐 특활비 '완전 폐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단 점이었죠. -특활비가 폐지되자 여당인 민주당의 '뒤끝 작렬'이라는 소리도 나온다는 데 무슨 말입니까. -특활비 폐지 입장이 발표된 당일이었는데요, 민주당에서 16일로 예정돼 있던 홍 원내대표와 기자단의 오찬 일정을 취소했다고 알렸습니다.

취소 사유가 '특활비 폐지로 인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자리가 부담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엔 기자들과 더치페이를 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방식을 고려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 특활비가 폐지되자마자 오찬을 바로 취소해버리는 모습은 잘못하면 '특활비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들에 대한 뒤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또, 그 이후에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원래 폐지하지는 않고 투명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가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뭐냐'고 질문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 원내대변인이 굳은 목소리로 "그건 기자들이 알아서 해석하면 될 거 같다"고 답하더라고요. 그렇게 대답을 피할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됐는데 개인적으론 '특활비 폐지에 탐탁지 않나'라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안희정 '무죄' 나오자…여성 단체 등 거센 반발-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관심이 많았던 사건으로 법원 장외 풍경도 날씨만큼 뜨거웠죠?-네, 서울서부지법 1심 재판부는 지난 14일 전 충남도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소사실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고 김 씨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선고 공판이 시작됐는데 재판 전후로 유죄를 주장하는 여성단체와 그 반대 입장인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법원까지 와서 각자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30여 명 정도가 모인 여성단체가 10여 명 정도 되는 지지자들보다 더 많았습니다.

-사실 무죄 선고가 나온 직후의 현장 분위기는 더 뜨거웠는데요, 여성단체의 반발이 매우 거셌습니다.

여성단체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는데요, 여기서 지지자들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지지자들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있었는데, 이들을 가리켜 비난한 겁니다.

한 여성 지지자는 취재진에게 "저도 같은 여성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죄인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한 행인이 삿대질과 함께 차마 기사에 쓸 수 없는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고 다른 지지자와 취재진의 만류로 충돌은 피했습니다.

그만큼 장외 싸움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그런데 여성단체와 지지자들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주장을 전한 다음 이름은 밝힐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어보니 언론에 노출되는 게 싫다며 신분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당시 저와 같이 있었던 한 카메라 기자는 들릴 듯 말듯이 "그럼 인터뷰는 왜 해"라며 고개를 젓기도 했습니다.

워낙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아왔던 사건으로 어떤 결과든 후폭풍이 예상됐었죠. 다만, 남녀 성 대결 양상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청와대-여야, 이번엔 진짜 '협치' 시작?-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습니다.

분위기는 어땠습니까.-모두발언과 회동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2시간 12분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공동 합의문까지 발표했습니다.

3가지 합의안 중 하나인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문 대통령의 '숙원'이었고, 8월 임시국회 민생 경제 법안 처리는 최근 경제 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국정 동력의 물꼬를 틔워줄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흐름에서도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지율 악화로 고심이 깊은 문 대통령으로선 한시름 더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회동 테이블에 오른 오찬 메뉴에도 의미를 담았다면서요?-청와대는 말복을 맞아 삼계죽과 오색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

이날 춘추관 구내식당 메뉴도 삼계탕이었습니다.

'비빔밥'은 '화합과 통합'의 상징으로, 통상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의 오찬 단골메뉴입니다.

협치를 기원하기 위해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블루 버터 플라워',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무생채, 바른미래당을 상징하는 민트색 애호박나물, 민주평화당을 상징하는 녹색 엄나물,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계란지단이 들어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습니다.

실물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디테일에 신경 쓰다 보니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이름도 다시 한번 회자됐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란 제목의 노 전 원내대표의 저서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습니다.

이 책은 노 전 원내대표의 부인인 김지선 씨가 조의와 위로를 보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보낸 것이었습니다.

지난해에도 노 전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오찬 당시 "맛있는 음식을 주신다기에 공짜로 먹을 수 없다"며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윤 직무대행에게 "다시 한번 애도와 조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이 '협치'의 발걸음을 뗐습니다.

모쪼록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관건은 '실천'입니다.

세 가지 합의사안 모두 선언적 의미가 강한 게 사실입니다.

실행 과정에서 상황적 변수나 정치 지형 등에 따라 '휴지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수틀리면 등 돌린 게 어디 한 두 번이었느냐" "합의보다 실천"이라는 반응이 뒤따랐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이를 감지할 수 있는데요. 그는 "협치의 진정성을 느꼈다"면서도 '변수'의 여지를 뒀습니다.

"대통령의 정책이 당위에만 치우치고 조삼모사식 포퓰리즘처럼 (이뤄지면서) 눈앞의 국민은 환호하고 환상에 들뜨지만, 디테일이 부족하고 콘텐츠가 채워지지 않으면 국민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여야 협치가 '꽃길'만 걸을 것 같지 않다"는 게 일각의 시선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오경희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남윤호 기자, 이덕인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