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스펙’. 이 한 마디로 요약되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9’을 언팩 행사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화려한 고스펙의 향연이 모두를 압도했다.

아이폰X에 비해 변화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비교가 있긴 했지만 뜯어보면 기술이나 성능으로는 이견을 달기 힘든 숫자(저장용량 1TB, 배터리 4000mAh 등)와 혁신(스마트 S펜)이다.

자, 그렇다면 게임은 끝난 것인가. 냉정히 말해 그렇다고 장담하기 힘든 게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이다.

입 딱 벌어지는 스펙만으로 고객이 응답하는 시대는 지났다.

가던 길 멈추고 잠깐 입을 벌렸다가도 이내 그 입을 다물고 지갑도 닫아버릴 수 있다.

공고해진 충성 팬층으로 먹고사는 애플과 20만원대 스마트폰을 들고 나타난 샤오미 등과 박 터지게 경쟁하게 된 삼성이 ‘제품력과 마케팅의 힘’만으로 승리를 거머쥐기 쉽지 않아 보인다.

S9의 부진에서 당장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래도 삼성은 삼성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 궁시렁대는 입을 막아주겠다는 ‘자신감 뿜뿜’한 행사가 바로 언팩이 아닐까. 그 현장 이모저모를 돌아본다.◆‘Samsung Galaxy Unpacked 2018’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바클레이스 센터(Barclays Center). 언팩을 보려 전세계에서 모여든 취재진이 일찌감치 행사장 분위기를 예열했다.

발표가 진행될 내부는 꽤 큰 실내 공연장 느낌으로 삼성을 상징하는 푸른 조명이 깔렸다.

콘서트 공연장에서 볼 법한 ‘LED 손목밴드’를 받아들면서 객석의 궁금증과 흥분도 증폭됐다.

브루클린은 90년대 후반 맨해튼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주하면서 ‘힙스터 요람’으로 떠오른 지역. 언팩 행사가 열린 바클레이스 센터는 2012년 준공된 NBA 브루클린 네츠와 NHL 뉴욕 아일런더스의 홈 경기장으로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니까 삼성은 신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세계의 수도라는 뉴욕 한복판에서, 전세계 미디어와 애널리스트 4000여명을 앞에 두고 장대하게 치러낼 수 있는 브랜드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의미다.

이제는 대놓고 그 스케일을 키워가고 있다.

이번 언팩에 등장한 짱짱한 초청연사 라인업부터 보자. 세계적 인기의 슈팅게임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을 갤노트9을 통해 출시하겠다며 나온 에픽 게임스 CEO 팀 스위니, ‘미스터 두들’로 유명한 팝 아티스트 샘 콕스,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가 차례로 나와 갤노트9에 경탄을 표했다.

삼성의 존재감에 그들의 영향력을 더하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다.

공연적 측면에서도 인상적인 무대 연출을 선사했다.

천장에 있는 점보트론(Jumbotron)부터 시선 정면높이엔 약 32x14m의 대형 스크린, 바닥에는 농구장 코트 절반을 모두 이어서 연결성 있게 활용했다.

‘DJ Ko’라는 이니셜로 큰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은 해외에서 갖는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와 존재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국내와는 또 다른 반응이 신선했다.

실제로 외신 취재진들은 행사 후 고동진 사장과 셀카를 찍으며 열광한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발표가 이어지며 몇 군데 두드러진 와우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6.4인치 대화면의 구현, 4000mAh 대용량 배터리, 512GB(SD카드 장착 시 노트북 이상의 1TB 용량), 스마트 S펜(각종 원격 조종), 뉴 덱스(멀티태스킹과 간편한 연결), 개선된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 2.0 등이다.◆깜짝 공개 ‘갤럭시 홈’·‘갤럭시 워치’…삼성의 비전앞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LED 손목밴드는 단순히 공연장 열기를 더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비표 대신 손목에 착용토록 한 이 밴드는 행사 연출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변하더니 이날 삼성이 새로운 브랜드명으로 재탄생시킨 ‘갤럭시 워치’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진짜 서프라이즈는 이후 깜짝 등장한 AI 스피커 ‘갤럭시 홈’이었다.

이날은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갤럭시 홈의 존재만을 밝힌 수준이었지만 기대감은 상당했다.

이미 많은 경쟁사들이 뛰어들어 있는 AI 스피커 시장을 통째로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지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갤럭시 홈에 대해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와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제품과 연동돼 집안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8개의 원거리 마이크, 하만의 고성능 AKG 스피커 6대 등이 현존하는 AI 스피커 중 가장 고도화된 소리제어 기술을 갖춘 데다 더욱 똑똑하게 진화한 빅스비 2.0의 활약에도 기대감이 모아진다.

갤노트9, 갤럭시 워치, 갤럭시 홈, 갤탭 S4 등 제품과 함께 한 단계 진화한 지능형 어시스턴트 빅스비를 모두 무대에 올린 것은 삼성이 꿈꾸는 ‘갤럭시 에코시스템’이란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구성으로 풀이된다.

갤노트9을 중심으로 삼성의 여러 가전과 각종 편의서비스 등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확장되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전략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마지막 남는 물음표하지만 결국 이 모든 월등함을 진짜 월등함으로 만들어주는 건 ‘시장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느낌표는 다시 물음표가 된다.

멋진 신제품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일말의 불안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행사장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신기한 눈으로 이 화려한 고스펙 단말기의 자태를 담아내기에 바빴지만 당장 "그래서 갤노트9, 살 거야?"라고 했을 때 이에 응답할 사람은 어느 정도가 될까.외신에서는 부정적 요소로 여전히 비싼 가격을 꼽는다.

노트9 출고가는 128GB가 109만4500원, 512GB가 135만3000원이다.

전작인 갤럭시 노트8이 64GB에 109만4500원이었으니 인하된 것은 맞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작보다 가격을 내렸다는 것이 그렇게 중한 요소일지 의문이다.

어쨌든 110만원 짜리 전화기를 휴대한다는 것인데, 아직 내 폰은 꽤 쓸 만하며(많은 경우 삼성의 우수한 성능으로 만든 것), 돈 드는 곳도 많은데 이참에 20만원대 폰으로 한번 갈아타볼까 싶기도 하다.

S펜으로 셀카 찍고 PT 넘기는 것이 신기하고, 노트북보다 많은 1TB를 쓸 수 있다니 혹하면서도 막상 진짜 저 모든 기능이 내 인생에 필요한가 하는 물음을 던져볼 수도 있다.

삼성의 도전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갤노트9은 팬 충성도에 기대거나 단가 전략이 힘든 상황에서 제품의 완성도로 승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물로 보인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출고가는 발표됐다.

시장이 이에 얼마나 응답할지 주목된다.

뉴욕=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