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환경 변화 영향 / KAMD 핵심 철매-II 도입 관련 국방부 “수량 축소” 재검토 지시 / 7대 포대서 3∼4개 축소 가능성 / 업계 “계약 전 부품 선발주 관행…생산 지연 땐 수천억 피해 예상” / 헬기 추락 여파… KAI 주가 ‘뚝’남북 훈풍(薰風)으로 국내 방산업계가 휘청대고 있다.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 감축 조짐이 없는데 우리 군만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무기도입 사업을 축소하려 해서다.

와중에 국산 수리온 헬기 파생형인 해병대 마린온까지 추락해 방산업계로선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19일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방부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인 철매-II 개량형(천궁 블록II)의 도입 수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 재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다.

5년간 16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철매-II 개량형은 고도 40㎞ 이내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타격하기 위한 국산 무기다.

군은 2022년까지 9700억여원을 들여 철매-II 개량형 7개 포대를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23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회의에서 "계획대로 생산하는 게 타당하냐"고 언급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군의 무기도입을 좌지우지하는 국방장관의 이 한마디로 관련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생산계약이 지연되면서 일선 배치 수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를 확인하듯 송 장관은 지난 12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철매-II 개량형 생산과 관련해 "전반기와 후반기로 (생산계획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전반기인 2022년까지 (기존 생산물량의 절반이) 우선 가고, (후반기에는) 새로운 것이 나오면 옮겨탈 수 있다"고 밝혔다.

검토 내용이 현실화되면 7개 포대를 생산하는 기존 계획은 3~4개 포대로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철매-II 미사일 생산에는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한화, 현대·기아차 등 국내 유명 방산업체를 비롯해 총 680여개의 협력업체가 참여한다.

사업일정이 지연되고 물량 축소가 현실화하면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이 예상된다.

중소 부품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에 미리 발주한 철매-II 개량형 구성품이 수백억원 규모인데 생산 물량이 줄어들면 그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업체가 떠안아야 할 상황"이라며 "지난 2월 송 장관이 주재한 방추위에서 기존 방침대로 추진키로 결정해놓고 갑자기 물량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산업체들은 방추위에서 국산 무기 생산을 결정할 것에 대비해 납기(納期) 준수 차원에서 계약 전에 부품을 선(先)발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방부가 2019~2023 국방중기계획 확정을 미루면서 무기도입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을 감안하면 철매-II 개량형 이외에 다른 사업들도 축소 또는 취소가 점쳐진다.

△30㎜ 차륜형 대공포 △소형전술차량 △천무 다연장로켓 △차륜형장갑차 △중고도무인기(MAUV) 등 20여개 사업이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군 소식통은 "남북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국산 무기 생산을 늦추면, 북한이 태도를 바꿔 도발할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외국 무기를 비싸게 들여오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린온 추락사고는 이러한 방산업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을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19일 주가는 4년 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빙 등 품질문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데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으나 재차 품질에 대한 의문이 확대됐다"며 "미국 훈련기 사업(APT) 등 앞으로 성장에 중요한 이벤트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기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박수찬·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