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구제제도로 데려온 에레라/타율 1위·42경기 연속 출루 ‘펄펄’/팀은 동부지구 2위로 거센 돌풍지난해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전설적인 내야수 마이크 슈미트(69)는 말실수로 홍역을 치렀다.

1995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정도로 명망이 높았던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선수는 영어를 잘 못해 필라델피아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슈미트는 까마득한 후배에게 사과 전화까지 하는 등 혹독한 말년을 보냈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 선수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외야수 오두벨 에레라(26·사진)다.

에레라의 어렸을 적 별명은 ‘엘 토리토(El Torito)’, 한국어로는 작은 황소라는 뜻이다.

그의 아버지가 유달리 힘이 장사인 에레라를 이렇게 불렀다.

야구가 인기 스포츠인 베네수엘라에서 에레라도 ‘골목 야구’를 하면서 컸다.

반쯤 앉은 자세에 오른발을 몸 뒤쪽으로 한껏 내민 타격 폼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신기하게도 공이 잘 맞았다.

그는 특유의 타격 센스와 수비력을 인정받아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했지만 암흑기가 길었다.

6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뚜렷한 강점이 없었기 때문. 2014년 필라델피아가 그를 ‘룰5 드래프트(각 팀의 40인 보호 선수에 포함되지 않는 선수를 선발하는 제도)’를 통해 데리고 왔을 때만 해도 전망은 밝지 않았다.

하지만 에레라가 올 시즌 초중반 필라델피아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17일까지 24승16패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2위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 시즌엔 지구 꼴찌를 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시즌 6승째를 거둔 애런 놀라(25)와 베테랑 제이크 아리에타(32) 등 투수진도 눈부시지만 가장 빛나는 ‘별’은 역시 에레라다.

3번 타순을 지키는 에레라는 타율 0.357(1위), 출루율 0.426(3위), 안타 51개(4위)로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날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1회 안타를 치며 42경기 연속출루에 성공했다.

이는 필라델피아 구단 역사상 5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여기에 견고한 수비까지 더한 에레라 덕분에 팀은 4-1 승리를 거뒀다.

무엇보다 에레라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는 그가 ‘룰5 드래프트’ 출신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팀에서 버려진 선수를 구제하는 이 제도는 요한 산타나(토론토), 호세 바티스타(애틀랜타)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KBO리그의 ‘연습생 신화’를 쓴 장종훈 한화 코치와 비슷하다.

이에 현지 야구 매체 ‘더 링거’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팀(필라델피아)이 최고의 선수를 갖게 됐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안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