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후 제3자에게 양도하는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를 했다면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이후에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양도하는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쟁점이 됐으나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다수의견을 낸 8명의 대법관은 "배임죄는 타인과 사이에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해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해 주리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중도금을 지급했다.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러한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처분해 버리는 행위는 매도인으로서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 배임에 해당한다"며 "또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는 종래의 판례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신·김창석·조희대·권순일·박정화 등 5명의 대법관은 "부동산 매도인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 지급의무 모두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중도금이 수수됐다고 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권씨는 지난 2014년 이모씨 등에게 자신 소유 상가점포를 13억8000원에 매도한 뒤 피해자들로부터 계약금 2억원과 중도금 6억원 등 총 8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소유권 이전하기 전에 신모씨에게 이를 이중으로 매도했다.

권씨는 11억1000만원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들에게 이에 상응하는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1심은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행위는 계약 이행이 이미 진행돼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라며 권씨의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권씨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